연재 2012.10.25 23:33

북한의 잉여: 어린이(글_쿠마)

매년 6 6 10시면 국립현충원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린다. 어린이들은 이 날을 맞아 군인에게 위문 편지를 쓰거나, 백일장 대회에 나가 군인의 모습을 그린다. 이렇게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나라에 충성하는 마음을 배우는 날, 북한 어린이들은 북한 당국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행사에 참석한다. 북한에서 6 6일은 조선소년단 창설기념일이기 때문이다.

 

7세에서 13세까지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조선소년단의 운영 목적은 간단하다. 어릴 적부터 사회주의 체제에 걸맞은 인재를 철두철미하게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각종집회에 참석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지도자에 대해 학습한다. 대한민국 부모들이 영어, 수학 등 영재교육에 혈안이 되어있을 때, 북한 부모들은 체제를 먼저 가르치는 것이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북한은 지난 6 3일부터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를 평양에서 열었다. 전국 2만 명의 소년단대표들이 평양에 다녀갔다. 보통 북한은 5, 또는 10년이 되는 해에 큰 행사를 벌이는데 66주년인 올 해에 행사를 크게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등 북한의 언론사들은 이 행사를 열렬히 선전했다. 특히 김정은 당1비서는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는 등, 인민들에게 아버지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완성된 4월 이후, 북한이 이러한 행사를 이어가는 것은 체제를 더욱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6 3, 평양 만수대 언덕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동상에 헌화하는 각지의 조선소년단대표



66,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을 축하하는 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에 출석한 김정은 제1서기




행사기간 동안 어린이들은 금수산태양궁전(김정일과 김정은의 시신이 안치된 곳)’, ‘만경대(김일성 생가)’, ‘대성산 열사릉’, ‘전쟁기념관등 평양의 유적지를 참관했다. 그리고 은하수음악회’, ‘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 ‘TV지덕체 자랑무대’, ‘전국학생소년예술인들의 종합공연등 문화행사를 치루고, ‘중앙동물원’, ‘개선청년공연유희장’, ‘옥류관등도 방문했다. 평양 밖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행사를 통해 평양에 대한 동경과 지도자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이 어린이들이 미래에 지방의 당대표가 되면, 그들을 통해 지방 인민을 다스릴 수 있으니 북한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행사를 크게 벌이고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다.

 

김정은 당1비서는 올 해 서른 살이 되었다. 일흔 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50년 동안은 그가 북한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평양에 초대된 어린이들이 그에게는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바로 굶주리는 수많은 북한 어린이들이다. 북한은 매년 40만 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하다. 그리고 북중접경지역에는 토끼풀을 먹고 사는 이른바 꽃제비어린이들까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비참한 삶을 사는 어린이들을 내팽개치고, 일부 선택된 아이들에게만 은혜를 베푸는 것이 과연 올바른 걸까.

 

지난 달부터 북한에 가뭄이 심하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북한 식량 사정이 나빠지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어린이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북한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193개국 중 하나다. 어린이의 4가지 기본권인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만일 이 4가지를 보장할 수 없다면, 최소한 생존권이라도 보장해야 한지 않을까. 따라서 북한 지도부에게 체제 안정을 위한 조선소년단 66주년 행사가 중요하겠지만, 그 행사에 쓰인 돈으로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공기라도 먹였어야 했다. 북한 지도부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라는 세종대왕의 말을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 월간잉여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