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포츠 2012.11.12 20:49

8월의 잉반 (글 설까치)

회기동 단편선 [백년] (2012)

회기동 단편선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무척이나 많다. 그는 '인디'라고 부르는 홍대 앞의 음악가들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핵심 구성원이고, 두리반이나 마리 등의 현장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시위하고 노래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또 음악 웹진 <보다>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글을 쓰는 글쟁이이고, 트위터에서 각종 개드립을 토해내는 개드리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하는 음악가이다. 군대 가기 직전 데모 [스무 살 도시의 밤](2007)을 발표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전역한 뒤에는 각종 클럽과 시위 현장에서 새롭게 변한 자신의 음악을 들려줘왔다.

 

2년이라는 군 생활은 그를 어떻게 변화시킨 것인가. 그의 음악은 무척이나 변해있었다. 쉽게 포크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스무 살 도시의 밤]과 비교해 새 앨범 [백년]에는 그가2년간 듣고 영향 받고 참조했을 수많은 음악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상한 목>이나 <동행>처럼 빼어난 곡들이 있으며, 대중친화적인 부분이 보이는 듯하다가도 그는 어김없이 거기에 불편한 장치를 집어넣는다. 발음의 약점은 마치 연극적인 보컬의 연출로 잘 극복하고 있다. 여전히 편의상 포크 음악인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앨범 안에는 포크부터 펑크, 일렉트로닉, 심지어는 블랙 메탈의 정서까지, 그가 좋아해온 온갖 장르들이 다 담겨있다. 신기하게 이게 딱히 거슬린다거나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잘 만든 이상한 앨범. 이상하게 잘 만든 앨범.





 

 

Work Of Art [Artwork] (2008)

해당 장르의 팬들은 발끈할 수 있겠지만, '멜로딕 하드록', 넓게는 AOR(Adult-oriented Rock)이라 불리는 음악은 사실상 더 이상의 기대치가 없는 장르가 돼버렸다. '성인 취향'의 록 음악은 한때 토토(Toto)나 저니(Journey), REO 스피드왜건(REO Speedwagon) 같은 밴드들의 선전으로 미국 음악 시장을 장악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빌보드 차트나 UK 차트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음악이 돼버렸다. 아직까지 꾸준하게 멜로딕 하드록 음악을 하는 밴드들은 일본과 유럽 일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이처럼 한 장르를 먹여살릴 수 있는 일본의 덕후력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를테면 '장르의 잉여'인 셈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밴드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밴드가 바로 워크 오브 아트(Work Of Art). 스웨덴 출신으로 총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을 뿐이지만 어떤 베테랑 밴드보다도 능숙하고 아름답게 하드록 음악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들의 첫 앨범 [Artwork]21세기에 나온 이쪽 계열의 음반들 가운데 가장 빼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운드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청량함은 전성기의 토토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Why Do I?>부터 <Maria>, <Camelia>로 이어지는 초반의 3연타는 팀 이름처럼 예술로 다가온다. AOR이라는 장르에 완벽하게 부합하며 앨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장르적 특성에 충실하다. 부담스럽지 않으며 시원한 록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이만한 앨범은 없다.














※ 월간잉여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