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012.12.03 21:38

잉여 건축물: 골프장(글 이현석)

<월간잉여> 8월호의 주제'휴식'에 어울리는 잉여 건축물을 찾다 보니, 전국 방방곡곡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골프장이 문득 머리에 떠오른다. 우리가 어디론가 휴식을 취하러 여행을 떠날 때를 생각해보면, 중간에 골프장 안내판 한번 안보고 여행 목적지에 도착하기란 쉽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의 골프장 수는 382개로 집계됐다. 20년 전인 1991년 골프장의 개수가 55개였던 점을 생각하면, 그 증가세가 굉장히 급격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올해 건설이 진행되거나 계획된 골프장 수는 100여개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항상 우리가 목격하는 슬픈 현실은, 항상 장사꾼들이 판을 키우면 손님들은 예외 없이 발길을 점점 끊는다는 점이다. 골프장의 경우 방문객 수가 2002년을 정점으로 매년 10% 정도 감소하고 있으며, 현재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도 안 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골프장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골프장의 영업은 거의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영화 <해피 길모어>(1996)




이런 상황으로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부실한 수요예측에 있다. 지난 호에서 경전철 문제를 다룰 때 언급했지만, 모든 잉여 건축물의 탄생에는 항상 엉터리 수요조사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그 많은 사람들이 골프장 건설에 뛰어들고 심지어 정부까지 골프장 건설을 미친 듯이 권장했던 이유는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되면 골프인구가 늘어난다'는 정말 대책 없이 막연한 수요예측을 맹신했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으면 골프를 비롯한 각종 여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맞고, 여가산업의 규모 역시 커지는 것이 맞다. 문제는 골프장 수요예측을 진행할 때 대부분 전체 여가산업에 대한 수요를 마치 골프에 대한 수요인 것처럼 조작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내세웠다는 데에 있다.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일처리이지만, 탐욕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건설 분야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수요예측보다 실제 골프장을 찾는 이용객 수가 적은 이유는, 한국의 골프장의 수익구조가 비싼 회원권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대다수 국민에게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골프산업은 경제상황이나 기상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아 수익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원이 보장되는 비싼 회원권 제도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한정된 수익구조로 여러 하이에나들이 달려드는 현 상황은 아무리 봐도 자멸의 길로 가는 듯하다.


설령 백번 양보해서 현재의 골프 수요가 매우 높다고 하더라도, 그 골프인구 중 일부는 해외에서 골프를 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 역시 중대한 실책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필리핀, 태국, 중국 남부지역과 같이, 남국(南國)의 독특한 경치를 즐기려는 해외 골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이 지가, 인건비 모두 싼 곳이다 보니, 라운딩 하는 가격도 국내보다 훨씬 싸다. 그리고 남성들의 경우 이들 국가가 한국보다는 성매매에 대한 단속이 훨씬 느슨한 것도 해외 골프의 매력을 갖게 하는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다.


이런 원인들 때문에 지금 한국의 골프장은 중병을 앓고 있다. 문제는 골프를 치지도 않는 사람들한테도 몹쓸 병을 전염시킨다는 점이다. 골프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직격탄으로는 우선 저축은행 사태를 들 수 있다. 영업 측면에서 볼 때, 저축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기존 고객이었던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중산층이 파산하면서 경영 건전성이 악화되어 왔다. 시중은행 역시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소매금융에 대거 뛰어 들면서, 저축은행은 기업의 개별 사업에 대하여 투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대출을 수익원으로 삼게 된다. 특히 재정구조가 부실한 건설회사가 자신들의 사업에 대하여 PF 대출을 늘려가게 되는데, 이 때 전국적으로 사업건수가 가장 많았던 골프장 건설 사업이 PF 대출의 단골 고객이 되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금융위기 이후에는 레저인구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골프장 수익에 타격을 주게 되고, 이 때문에 막대한 금액을 골프장 건설에 쏟아 부은 저축은행들 역시 대출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편, 골프장의 증설로 인한 또 다른 직격탄은 바로 환경파괴이다. 2008년 산림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골프장 건설로 인한 산림훼손이 매년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고, 2010년 국정감사에서는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되는 산지가 골프장 용지로 편입되는 등 이러한 현상이 현 정권 들어 더욱 심각해졌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특히 이렇게 편입된 산림 중 절반 정도가 임업용, 공익용으로만 쓰여야 하는 보전산지라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렇게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는 골프장 조성에 필요한 잔디를 식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심각한 환경문제가 발생된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잔디는 한지(寒地)형인데, 한국기후에 맞지 않다 보니 병충해 방지를 위하여 고독성 농약을 살포하기 때문이다. 살포되는 농약의 양은 1백만평 기준으로 볼 때 연간 25톤으로서, 대부분 심층 지하수 까지 오염시키게 된다. 이는 골프장 지역 농민들이 농사를 원천적으로 망가뜨리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장 과잉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해답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현재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골프장 이용객의 수는 늘리되 골프장 건설은 줄여나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선 골프장에 손님을 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골프장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터무니없이 비싼 회원권 제도도 과감히 바꾸고 이용료도 대폭 낮춰야 한다. 소수 계층이 친목을 다지는 것 뿐 아니라 대다수 중산층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비해야 하고, 주변 지역과의 관광도 연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자금사정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지, 언제 망할지 모르는 골프장으로서는 단기적인 지출조차 감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한 가지 대안으로는 영업을 중단한 골프장을 지자체가 인수하여 공공(퍼블릭) 골프장으로 개방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외국과는 달리 한국의 골프장은 대부분 도심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낮다는 점과, 대다수의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최악인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녹록지 않다.

골프장의 건설을 줄여나가기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보다도 사업 초기의 수요조사를 현실적으로 수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 기업인들의 경우 회사에 조금이라도 손실을 끼쳐도 배임죄로 바로 구속시키면서, 투자자의 호주머니를 대놓고 털어가도록 사주하거나 방조하는 부실 수요조사의 장본인들을 그대로 둔다는 점은 사법정의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부실 수요조사의 책임을 지고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점과, 사업자의 욕심은 어떤 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점이 암울한 것이다. 한 가지 방안으로는 골프장의 건설에 관계되는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있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산지를 전용(轉用)하는 규모와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한다든지 아니면 살포되는 농약의 농도를 제한하고 실시간 감시하는 방안을 들 수 있겠다. 국토의 대다수가 산지이고, 또 인구밀도가 높아 골프장 인근에 주거지가 존재하는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면, 환경규제가 골프장의 증설을 막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도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없는 보전산지를 팔아먹는 판에, 사업자들이 추가적인 환경규제를 지키기나 할 지 확신하기 어렵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그 어느 대안도 현재의 골프장 문제로 인한 골칫거리를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현재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것은, 골프장을 무분별하게 더 짓는 삽질만큼은 그만 두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 <마더>(2009)









※ 월간잉여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