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013.02.18 07:42

올림픽을 보다가 上 (황진규)

스포츠에서 어떤 종목을 막론하고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재능, 환경, 노력의 총체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국가 단위의 스포츠 성적 관점에서 본다면 재능은 인구의 수에 비례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많으면 한 분야에 재능 있는 사람이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중국이 키도 크면서 탄력도 좋은 타고난 아시아 농구선수들이 많은 이유는 중국에서만 유독 그런 사람이 많이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인구가 워낙 많으니 농구선수로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들을 보유할 확률이 높은 게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인 환경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 직결된다. 잘사는 나라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할 여력이 있고, 이것은 곧 좋은 성적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어렵게 말할 거 없이, 밥벌이 고민하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 달리기 훈련하는 스프린터보다 하루 종일 좋은 환경에서 달리기에만 목매고 운동하는 스프린터가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아주 높다는 말이다. 종합해서 간단히 말해보자면, 인구 많고 잘사는 나라가 스포츠를 잘할 확률이 높다, 이 말이다.


대한민국은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13, 은메달 8,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이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스포츠를 5번째로 잘하는 나라라는 말이다. 이 얼마나 가슴 충만하고, 자부심 넘치며, 뿌듯한 일이란 말인가? 우리보다 순위 앞에는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가 순서대로 앞서 있다. 앞의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한번쯤은 세계를 호령했던 두말할 것 없는 대규모의 강대국들이다. 또 우리 보다 성적이 좋지 못한 나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이 놀랍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호주, 일본 순으로 우리나라의 뒤를 잇고 있으며, 스위스는 33위에 머물고 있으며 캐나다는 36위에 그쳤다. 대륙 끝에 붙어 있는 심지어 그것도 반 토막 난, 고작 인구 5천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나라가 그 거대한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5위를 차지했으니 대한민국 국민은 정말 충분히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만한 일 아닌가.








그렇다면 한국이 그토록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동인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재능은 인구수에 비례하고, 환경은 경제력에 비례하는 것이니 남은 것은 당연히 노력뿐이다. 말하자면 한국이 올림픽에서 엄청난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정말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강대국의 국가대표들은 좋은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있기만 할 뿐,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국가대표는 열심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기형적으로 높은 올림픽 성적으로 비춰볼 때, 한 국가의 스포츠 역량을 거시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이 강대국들에 비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상대적인 약점들을 대부분 노력으로 극복했다 것은 크게 틀리지 않은 이야기다.





분노의 푸쉬업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고 온 사람들의 극적인 스토리며 그 엄청난 노력을 칭송하고 찬양한다. 좋은 성적을 낸 국가대표 선수들은 얼마나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는지 대중들에게 적확하게 알리기 위해서 내 아들에게는 이 운동을 절대 시키지 않겠다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방송과 언론이 만들어낸 우리의 금메달의 영웅도 거의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스스로 엄청난 양의 훈련의 고통을 이겨내는 청교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학습되고 전파된다.


2010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실었다. 그것은 세계적인 여론 조사 기관인 갤럽이 지난 2005부터 2009년 사이 전 세계 155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지수조사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갤럽은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인생평가와 하루 동안의 행복도를 묻는 일상경험의 두 가지 항목을 조사하여 수치화 하였다. 그 결과 1위는 덴마크, 2위는 핀란드, 3위는 노르웨이, 4위는 스웨덴, 5위는 네덜란드 순이었고 다음으로 코스타리카,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호주, 스위스 순이었다. (참고로 한국 54위를 차지) 이 나라들의 올해 런던 올림픽의 순위가 어땠는지 아는가? 덴마크 27, 핀란드 61, 노르웨이 40, 스위덴 33, 네덜란드 12위 순이고 뉴질랜드는 17, 캐나다는 23, 스위스는 36위이다.


요거 재미있는 결과 아닌가, 행복한 나라 상위권인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그 외 거의 대부분 국가들이 올림픽에서는 중위권 내지는 하위권에 속해있다. 나는 이 지표가 별 개연성이 없이 그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우리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정말 거칠게 해석한다면 행복감을 느끼는 국가는 비교적 경쟁을 덜 한 국가들이고, 적어도 올림픽이라는 한 분야에서 치열한 노력은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국가들은 국가경쟁력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선진국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조금 더 세밀하게 분석한다면 국민 개개인들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또한 자신들의 욕망에 솔직할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가 우리 보다 더 올림픽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절대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이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일지라도 자신들의 욕망에 솔직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올림픽의 한 분야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노력의 양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훨씬 넘는 것이고, 이 정도의 훈련을 견디어 낸다는 것은 훈련하는 것 이외의 욕망은 철저하게 배제해야만 가능할 정도의 자기학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Detroit Metal City (2008)






이런 자기 학대는 언론에 의해 전국민에게 확산된다.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은 열심 증후군을 앓는다. 다음호에는 이 열심증후군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볼까 한다.










※ 월간잉여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