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2013.02.18 07:46

11월호 리뷰 (김진수,양인모,측쿠시)




2주 전. 일요일 오후 세시, 늘 모이던 커피숍에서 독자위원회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따라 10분 일찍 도착한 나는 여유롭게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 무렵, 단체 카톡방은 난리였다. 잉집장과 양인모, 김진수 셋 모두 차가 막혀서 늦는다고 했다. 조급해하는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넉넉잡아 삼십분까지만 오라고 했다. , 그런데 진짜로 삼십분이 다돼서야 도착했다. 하나같이 날씨가 좋아서 나들이 가는 인간들이 많아서 차가 막힌 거라고 해댔다. , , 아무렴요~ 다음 번 모임 때는 오지게 추워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을테니, 일찍 오시겠죠? 내 두고보리다!


어쨌든 모임은 즐거웠다. 세미나실을 세 시간 동안 빌렸는데, 정작 리뷰는 한 시간이나 했나? 나머지는 모두 잡담이었다. 정치적 성향을 갖게 된 계기부터 월잉에 흘러온 경로까지 수다 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카페를 나서니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간단히 치맥을 할 곳을 찾아 나섰다. 지난번에는 고기에 폭탄주부터 말아먹고 모임을 해서 그런지 갖가지 개드립이 터져나왔는데, 이번에는 맨 정신이어서 다들 아쉬웠나보다. 스타킹을 보려는 치킨집 알바생을 무한도전을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가 저물고 있었다. 솔로여서 주말에 어디 갈 데도 없고 요즘 암흑기라서 친구들도 안 만나는데, 말 통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다 월간잉여 덕분이다.


월간잉여에서 독자위원회를 추가로 모집 중이다. 합류하실 분 어디 안 계시려나. 뉴페이스가 들어오면 인모 님이 밥을 사겠다고 해서, 고기에 폭탄부터 먹을 기대에 부풀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 그냥 개드립에 관대하고,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하고, 월간 잉여에 애정이 많은 분이 오셔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잉집장 주: 지금은 모집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주 후. 일요일 오후 여덟시, 노트북에 커서만 깜빡 거린다. 리뷰 내용이 좀처럼 기억나질 않는다. 추억은 남고 기억은 휘발됐다. 생각나는 대로 짚어보자면, 이번호에서는 앞뒤로 잉집장의 기획력과 편집 실력이 돋보였다.숫자로 본 대통령은 흥미로웠고, ‘김진수께 조언드림은 빵 터졌다. 앞으로도 깨알편집 기대하겠다. 전체적으로는 풍속화 그림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십년 뒤에 읽으면 사료적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빚 권하는 사회에서는 청년 빚 문제가, 잉녀의 현실과 미래에서는 이 나라 여성의 인권지수가, 교대 나온 잉여에서는 교사 수급과 공급의 불일치를 조절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이, 전직 다단계 업자의 고백에서는 다단계에 빠지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나 있다. 수치와 객관적인 용어로 점철된 기사에서는 볼 수 없는 레알 현실들이었다. 다만 개인의 경험에 집중하는 사이, 사회비판적인 글들이 없어진 게 아쉬웠다. 이를테면 8월호에 진공 님이 쓰신 '피로사회 읽은 척 하기' 같은 글 말이다. 그래도 뭐, 각 호마다 균질하기 않고 들쑥날쑥한 게 월간잉여의 매력이기도 하다. 나름 재미있고 나름 아쉬운 호였다. 그리고 독자위원회 회의에서 다뤘던 내용은인모 님과 진수 님이 알아서 잘 써주겠지 뭐


- 측쿠시

 







18이라는 표지가 그렇듯. 11월호는 대선에 관한 호였으며 저 숫자를 사용하는 현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에셔의 작품이 생각나는 표지는 뒤로하고, 새로운 필진들의 원고들이 다양했으나 동시에 낯선 느낌도 받았다. 편집이 바뀐 것도 그 낯섦에 한몫했다. 특집 숫자로 본 대통령’. 교양지 돋는 기획과 slump 님의 그림은 만족. 하지만 뭔가 빠진 기분. 그것은 아마 현 후보들의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독자들은 봉고도 봉고지만 또와 안쳤어, 문제니가 더 궁금하다.

 

여러 현실에 관한 이이기. 김경민 빚 권하는 사회’, 박잉여 잉녀의 현실과 미래’, 유경은 교대 나온 잉여 어쩔 거임?’ 3개의 원고가 연속으로. 특히 김경민의 빚 권하는 사회는 읽으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긴 텍스트의 사연은 9시 뉴스 보다 더한 그대로의 날 것이었다. 원고들이 전반적으로 숙연해지는데, 마지막쯤 김진수 님의 망개팅 이야기와 잉쌍 님의 글은 웃음으로 마무리하기 충분한 원고였다. 다소 무겁게만 느껴진 원고들 속에서 놓지 않은 월간잉여 웃음의 끈이랄까. 찐찐 님의 사과맛 동거 이야기11월호의 베스트. 아니 올해의 베스트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녀의 글에서 사과향이 난다.

 

편집에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 2, 3단에서 1단으로 바뀌었는데 결과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져 읽기 힘들었다. 기존에 한눈에 들어오는 제목, 읽기 편한 편집이 그립다. 8월호에 이어 만화가 등장했는데, 무려 7. 빠르게 깊숙이 찌르는 컷이었으면 한다.


- 양인모








어느 강의에서 들었던 말이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이 가난한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고 취업하는 일을 10년째 도왔는데, 이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졸업해도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취업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일만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사는 것이 고통스럽다. 이런 이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다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행복하게 살 수는 있다. 그런 나라는 이상적이기만 한 걸까. 한번 사는 우리네 인생, 참 어렵다.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안타까운 건, 우리가 주변을 도와줄 여유도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글로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공유하다보면 희망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어쩌겠는가.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다.

 

월간잉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특히 11월호가 그랬다. 담담하게 읽어야 했던 글이 많았다. 자신의 경험을 풀어쓴 것보다 좋은 글이 있을까. 테마는 대통령 특집이었다. 그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분들이 읽어야 할 글이 가득했다. 김경민님이 쓴 빛 권하는 사회는 읽고 나서 믿을 수 없었다. 그냥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하겠는가. 기고해줘서 감사하다. 찐찐님의 사과맛 동거 이야기는 집주인이 찐찐님에게 쏘아붙인 그 순간이 자꾸 상상돼서 가슴이 아팠다. 역시 감사하다. 연말이 다가와서 그랬을까. 다음 달에는 따뜻한 이야기도 있길 바란다. , 이렇게 다 쓰고 보니, 지난 5년 동안 추억 있는 분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걸 보니 화가 치미네.


- 김진수

 






※ 월간잉여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