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포츠 2011.12.21 04:10

12월 17일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슈퍼스타K3 TOP11 콘서트'에 갔다 온 게 자랑


모두에게 공평한 무대

비싼 돈(R석 - 88,000 원, S석 - 77,000 원, A석 - 66,000 원)을 줘가면서까지 공연장을 찾은 고객님(혹은 호갱님)에겐 ‘본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슈퍼스타K 출연자중 가장 좋아하는 팀, 공연장을 찾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팀이 그것이다. 대부분에게는 울랄라 세션, 버스커버스커, 투개월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헤이즈, 민훈기, 이건율, 이정아, 신지수, 크리스, 김도현, 크리스티나를 보는 것이 제 1의 목적인 팬들도 있다. 그런 팬들은 자신을 공연장에 오게 만든 스타가 홀대받는다고 느끼게 된다면 몹시 기분 나쁠 터.


슈퍼스타K3 TOP11 콘서트'는 참가자들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을 선사한다. 11팀 중 누구의 팬으로 공연장에 찾아왔을 지라도 기분 상할 일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공평한 시간 분배는 또한 경연 초반에 떨어진 참가자가 팬 층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본인은 헤이즈의 팬이 됐다. 위로신(헤이즈 드러머, 28세)의 위로하는 모습에서 이미 호감을 가진 바 있지만, 무대를 보고서는 완전히 팬으로 돌아섰다. 첫 번째 생방송에서 탈락해 다양한 무대를 보일 기회가 없었던 헤이즈는 크리스티나의 ‘페이데이’, 투개월의 ‘포커페이스’ 무대를 안정적이면서도 파워풀하게 백업하며 매력을 뽐냈다. 민훈기와 ‘담배가게 아가씨’ 합동 무대를 선보인 이후에는 그들을 “탈락시켰던” ‘연애’를 공연했다. 그러나 가장 그들의 매력이 드러난 것은 배치기의 ‘반갑습니다’와 2PM의 ‘10점 만점에 10점을’ 믹싱한 곡을 부를 때였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흥겨운 무대는 공연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잘 안 보이지만 헤이즈입니다......이 사진이 최선입니다. 확실합니다.


이정아는 새삼 노래 잘 한다고 느꼈다. 반면 민훈기, 이건율, 크리스 등 초중반에 탈락한 다른 출연자에게는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노래를 못한 참가자는 없었다. 다만 그저 무난하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심지어 어떤 참가자의 무대는 참을 수 없이 지루했다. 개인공연 시간동안 두 곡을 부르도록 돼있었는데, 그 출연자가 두 곡 모두 잔잔한 노래만 선사해 지루했을 수 있겠다. 한 곡은 빠른 템포의 곡, 한 곡은 느린 템포의 곡으로 구성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신지수는 윤종신이 우승후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허각보다 잘 한다"고까지 했었는데, 내 취향의 보컬은 아니어서 역시 감흥이 없었다. 본인은 크리스티나와 울랄라 세션 같은 보컬스타일을 좋아한다. 쩌렁쩌렁하고 시원시원하게 부르는 스타일. 유독 감탄하고, 몰입됐던 무대가 크리스티나와 울랄라 세션의 무대였음도 그런 이유에 기인하리라. 특히 울랄라 세션은 디시인들로부터 '너나 함께' '좆과 함께'라며 조롱받았던 '너와 함께'가 진심으로 좋은 곡이라고 느껴지게끔 하는 '울랄라 매직'을 선보였다. 



3시간이란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팬서비스

'슈퍼스타K3 TOP11 콘서트'가 팬 서비스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김예림의 의상과, 버스커버스커의 여장과, 19세들의 합동공연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예림의 남성팬들을 의식해서였을까. 김예림의 치마는 여느 아이돌 못지않게 짧은 길이를 자랑했다. 잘 어울렸다. 그녀는 예뻤다. 때문에 입이 벌어지고 동공이 풀린 남자 관객들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성년자 아니었던가? 더 어리고 더 헐벗은 다른 아이돌들 보단 낫다고 생각하며 찝찝함을 떨쳐야 하나? 예림이가 거금을 투자에 온 남성 관객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들에 기호에 맞췄을 거라고  위안하며 죄책감을 달래야 하나?

반면, 남자 출연자들의 여장 무대는 비록 ‘손발이 오그라드는’ 괴로움은 있었지만 찝찝함은 없었다. 그 괴로움도, 지속되는 '병맛스러움'에 결국은 터져버린 웃음이 밀어냈다. 19세들의 합동공연인 ‘내가 제일 잘나가’도 병신 같지만 흥겨웠다.


울랄라 세션의 공연 후 떼거지로 나타나서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방싯방싯 웃는, 팬서비스의 종합판인 전체합동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이 내렸다.


2층에서 공연 본 사람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마세요.



좀 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들어갔으면 더 흥겹고 인터랙티브한 공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만하면 ‘돈 아까운 공연’은 아닐 듯싶다. 비록 나는 내 돈 주고 보지는 않았지만... 오프라인 <월간잉여> 창간준비로 가뜩이나 돈이 없어 표를 사지 못한 잉집장에게 표를 선사하신 일본 아이돌 덕후 님과 그분을 연결시켜주신 30대 잉여 님께 감사를 표한다. 표를 준 보람을 느껴보시라고 늦게라도 공연 관람기를 올려본다.



사인회 안 간 건 안 자랑

현장에서 판매하는 앨범을 사면 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대략 삼 만원 정도라 부담을 느껴 외면했었다. 사인회 직후, <슈퍼스타 K> 관련 디씨 갤러리 유저들은 배알을 꼴리게 하는 자와 배알 꼴려하는 자로 나뉘어졌다. 나는 후자였다.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가벼운 스킨십도 가능하며, 자신이 준비한 선물 혹은 편지를 줄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거기서 명함도 뿌리며 매체홍보 좀 할 걸 그랬다. <월간잉여>가 '뼈씨인(뼈까지 디씨인)' 김형태, '위로신' 신동주 인터뷰 하는 날을 꿈꿔 왔었는데....그 발판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사냐면 웃지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