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13.04.23 16:14

솔로대첩 참가해 커플 된 분들, 벚꽃 같이 보러 가셨쎄여? (김진수)


여의도에 간 솔로/ 돌아올 때도 홀로

[본격 르뽀] 여의도 솔로대첩 현장

연말에 좀 외롭긴 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지 않은가. 그러던 어느 날, 잉집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솔로대첩 체험기 ㄱㄱ?” “?잉집장의 한마디면 무엇이든 (해야만) 했기에 바로 승낙했다. 사실 별 다른 계획도 없었.

 

영하 10도의 날씨, 과연 사람들이 올까

가는 날이 장날이다. 온도는 영하 10도로 떨어져 있었다. 집을 나서자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그래도 왠지 설렜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빨간 머플러를 한 여자와 붉은색 계통의 코트를 한 여자들이 보였는데, 왠지 모두 여의도에서 만날 것만 같았다. (빨간색과 흰색은 각각 여자와 남자들의 사전에 발표된 행사 드레스코드다.) 언론을 통해서 약 35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다고 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2시가 넘어서자 트위터에도 솔로대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27분 현재 여의도에 약 70여명이 모여 있다.” 는 멘션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것도 다 남자라는 정보였다. 설마, 이 행사 망하는 건가?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여의도로 통하는 9호선도 크게 혼잡하지 않았다. ‘, 모든 게 구라였나.’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여의도역에 도착했다. 우글거리는 남자들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았던 여자들도.

여의도 역에서 여의도 공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행사를 진행하는 요원들이 플래시몹 지령이라는 쪽지를 나눠줬다. 이 쪽지에는 집결시간과 장소가 나와 있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324분에 핸드폰 알람을 설정하라는 것이었다. 알람과 동시에 한쪽은 남자들이, 한쪽은 여자들이 일렬로 서서 만나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거 아무도 안할 것 같았다.




사진 김진수



여의도 공원으로 가는 길은 어느 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곳곳에서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팩과 장미꽃 등을 팔았고 경찰들은 곳곳에서 통제하고 있었다.

 

1호 커플의 탄생. 그러나 현장은 우왕좌왕

245. 여의도 공원에 도착했다. 8:2(:)의 비율이었다. (행사 후, 경찰은 이 날 3500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몇몇 언론사에서는 6천명이라고 보도했다.) 곳곳에서는 솔로탈출을 독려하는 퍼포먼스도 펼치고 있었다.


연령대는 다양했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부터 3040대로 추정되는 아저씨들도 보였다. 원래 계획은 국기 게양대를 기준으로 왼쪽이 여자, 오른쪽이 남자들이 서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참가인원에 비해 여의도 공원이 턱없이 좁았다. 도저히 절반으로 나눠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부터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했다. 여의도공원 측에서 마이크 사용도 불허했기 때문에, 주최 측은 육성으로 진행해야 했다. 제대로 들릴 리가 없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렸다. 이미 324분은 지났다. 개그맨 유민상씨가 왔다 갔다는 건 나중에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았다. 인간 산성에 둘러싸여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물론 내가 키가 좀 작은 탓도 있다.) 주변에서 어이없다.” “재미없다.” 라는 볼멘소리가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하는 법.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레이더망에 남녀가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도 서서히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부러움과 시기가 섞인 함성소리가 일어났고 동시에 방송기자들도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여의도 1호 커플은 손을 꼭 잡고 있었고, 남자1호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빨간 머플러를 한 여자1호는 수줍은 듯 머플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335분경이었다.




1호 커플.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 크기를 줄였다. (사진 김진수)



사람들이 모이자, 남자1호는 무릎을 꿇고 여자1호에게 정식으로 꽃다발을 내밀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뽀뽀해! 뽀뽀해!” 라고 외쳤다. 분위기에 취했는지 남자1호는 여자1호의 볼에 뽀뽀를 해 버렸다. 처음 보는 여자의 볼에, 거기다 언론사의 카메라 앞에서. 너무 배려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저런 남자도 여자를 만나는데 이 시대의 배려남인 나는 왜. 육두문자를 날리고 싶었으나, 굳건한 취재의식으로 참았다.


커플은 생겼지만, 현장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미 주최 측이 계획한 것은 물거품이 된 듯 했다. 결국은 보통의 헌팅상황으로 바뀌고 말았다. 주최 측에서는 여러 공연도 함께 보여준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날씨가 추운상황에서 여의치 않은 것 같았다. 간간히 커플이 탄생하면 사람들이 몰려가서 구경하곤 했지만, 조금씩 인원수는 줄어들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함께 왔다는 남학생 김모씨(19)와 이모씨(19)그냥 구경하러 왔다.” 생각보다 난장판인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도 경찰이 있어서 안전한 것 같기는 하다.” 라고 말했다. 수원에서 왔다는 25살의 여자 두 명은 어수선해서 근처에 밥을 먹으러 간다.” 솔직히 반반이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분위기 어수선해서 실망.” 이라고 말했다.


솔로대첩에 꼭 솔로만 오라는 법은 없다.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는 커플들도 꽤 눈에 띄었다. 솔로대첩 행사를 그냥 즐기러 왔다는 커플 이모군(20)와 양모양(20)그냥 구경하러 왔는데, 볼 것도 없고 추워서 다른 곳에 가려고 한다.” 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날 행사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님연시> 측에서는 플래시 몹을 했으니 그 다음부터는 개인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님연시>의 이희준(26)팀장은 장소가 좁기도 했고, 계획했던 알람도 울리지 않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중간 지점에 방송사 카메라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제대로 진행 못한 이유도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무사고에 의의를 두고 싶다며, 내년 여름에도 솔로대첩을 기획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이 날 커플에게 상품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페이스북 <님연시> 페이지에 커플 인증샷을 찍어서 올리면 된다.” 꼭 여의도가 아니더라도, 전국의 모든 커플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밝혔다.

 

오후 4. 솔로대첩도 저물고어디서나 잉여는 생기기 마련

4시가 넘어가자, 공원 내 인원들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커플이 돼서 나갔는지, 실망해서 나갔는지는 알 턱은 없었다. 근성있는 남자들과 여자들은 각각 둘, 셋이 옹기종기 계속 주변을 서성거렸다. 혼자 온 남자들도 간간히 보였지만, 차마 그들과 잉터뷰 할 수는 없었다.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헌팅을 시도하는 남자들이 보였다. 하지만 성공사례는 드물었다. 대부분 전화번호만 주고받고 끝났다. 여자들이 싫다는데도 굳이 따라가는 일부 진상남도 보였다. 여자들 같은 경우는 대부분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이 많았다.


간간히 여자들에게 접근한 일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남자들이 나이를 듣고 놀라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430분이 지나자, 날이 저물었고 기온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원도 부쩍 한산해졌다. 일부 아직도 커플이 되지 못한 솔로들이 미련을 못 버린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한산해지자, 우선 여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아니 누가 데리고 갔을까!


5. 끝까지 남은 잉여들도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내 손은 이미 얼어있었고, 그저 배만 고플 뿐이었다. 잉집장은 수고하셨다.’ 라는 카톡을 보내왔다. 어째든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어디선가 누구는 커플끼리 술로대첩을 갔을 이 시간, 나는 집에서 글을 마감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

커플 되면 뭐하겠노. 소고기나 사 묵겠제.”

 






※ 월간잉여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