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13.04.23 16:29

광주를 잉여의 성지로 (잉집장)

2012년 1215일 광주에서 (아마도) 세계 최초로 잉여를 주제로 한 축제가 열렸다. ‘광주잉여이불맨축제가 그것이다.

 

광주 금남로 공원에서 1215일 토요일에 열친 광주잉여이불맨(추운 겨울 집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잉여잉여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축제의 시작시간은 오후 한 시. 본잉은 축제 장소 근처에 두 시쯤 도착했다.


멀리서 장기하의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축제 장소에 가까워짐에 따라 장기하의 음악소리도 고조됐다. 음악과 함께 고조된 기대감으로 장소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황량한 풍경이 반기고 있었다. 축제 참가자보다 축제 기획단 및 자원봉사자가 더 많아보였다. 그래도 몇몇 초딩들이 잉여체험부스에서 흥겹게 놀아 기획단 및 자원봉사자들을 쓸쓸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래, 어쩌면 이게 레알 잉여축제다운 것일 수도!

 

체험 부스는 잉여이불맨의 하루를 모티브로 한 게임들로 이뤄졌다. 예를 들어 ‘TV를 켜라게임은 추운 겨울 날 리모컨이 없는 잉여이불맨이 거리가 있는 TV를 켜서 보고자하는 상황에 모티브를 얻었다, 잉여이불맨이라면 체온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며 TV를 켜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구르거나 기어가 TV를 켜고 다시 돌아올 거라 상정하고, 체험부스를 방문하는 이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왕복하는 게임에 동참하도록 했다. 이밖에 막대기를 통해 채널을 바꾸는 게임도 있고, 귤을 창의적이고 예술적으로 까는 체험부스도 있었다. 체험부스에 참가한 방문객들에게는 귤을 상품으로 줬다.

 


체험부스에 참여 중인 초딩(사진 잉집장)




초딩들이 장악했던 게임부스에 한 외국잉 청년이 합류했다. 미국에서 온 Connor(25)씨는 게임이 재밌다며 미소를 띠고 본인도 잉여라고 말했다. (그는 잉여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잉여라는 단어롤 알고 있었다!) Connor씨는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언론 관련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일단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돈을 벌고자 한국에 왔다. 한국의 여러 지역 중 광주를 선택한 이유는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라는 것을 국제사 시간에 접하고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나는 처지가 비슷하다. 나 역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언론사에 입사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자연스레 <월간잉여>를 소개했다. Connor씨는 흥미를 보이며 잡지를 살펴보더니 잡지를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본격 유가지라 돈을 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살포시 잡지를 내려놨다.




코너 씨가 잡지를 내려놓기 전 (사진 잉집장)



 

3시 반. 간단한 토크와 음악이 곁들어진 공연이 시작됐다. ‘그냥보통밴드’ ‘우물 안 개구리등이 공연을 했다. 1인 밴드 그냥보통밴드는 니가 남자친구 없는 이유를 불렀고 우물 안 개구리는 잉여의 날개짓을 불렀다. 관객들은 돗자리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중인 밴드 '우물 안 개구리'





무대에 난입(?)한 초딩





광주잉여이불맨축제기획단은 대학생 등으로 이루어진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교육문화공동체 의 '도시축제창의학교' 1기 학생들로 교육받은 내용을 토대로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일종의 '졸업작품' 격이다.


주최측은 겨울, 청년, 참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점으로 잡았다.”며 "잉여를 키워드로 잡은 이유는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둘째로는 잉여를 컨셉으로 하면 겨울에 야외에서도 축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밝혔다. 겨울에 잉여는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뒹굴뒹굴하며 귤을 까먹는다. 이들을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고 몸을 움직이며 공연을 보는 축제의 마당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었다. 잉여를 모티브로한 참여프로그램도 사람들의 흥미를 돋굴 거라 생각했다. 물론 축제의 대부분 프로그램은 집 안에서와 같이 이불과 떨어지지 않은 채 이루어진다. 이불을 뒤집어쓰면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끄떡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과연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공연을 보는 이들의 모습은 안방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해보였다.

 



정말이지 편안해 보인다.




공연이 끝나자 기획단과 자원봉사자들은 거리 퍼레이드에 나섰다. 퍼레이드와 함께 초딩, 외국잉, 한국청년잉여들의 한 마당 광주잉여이불맨축제’ 1회는 끝났다. ‘광주잉여이불맨축제가 내년, 아니 매년 열려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뿐만 아니라 '전세계 잉여들의 성지'가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글 잉집장)

 


 



※ 월간잉여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