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포츠 2013.06.02 17:07

2월의 잉반 (설까치)









윤영배 [좀 웃긴] (2012)

'월간잉여' 창간호에서 처음으로 다룬 음반은 윤영배의 EP [바람의 소리]였다. 얼마 뒤에는 잉집장과 함께 직접 그를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때보단 조금 더 유명해졌다. 이효리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생태적인 생활 방식이나 은근한 음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윤영배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 그는 한 장의 EP를 더 발표했다. [좀 웃긴]이라는 '좀 웃긴' 제목을 달고 있었다. [바람의 소리]가 철저하게 혼자 만든 작품이었다면, [좀 웃긴]은 친형제와 같은 조동익의 손길이 듬뿍 담겨 있는 작품이었다. '거장' 조동익의 참여만으로도 [좀 웃긴]은 음악애호가들에게 화제가 됐다. 윤영배는 여전히 '바람의 소리'를 닮은 노래들을 만들어 불렀고, 조동익은 그 노래들에 새로운 사운드와 연주를 입혔다. <소나기>는 1990년대 하나음악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만한 노래였고(실제로 장필순이 코러스를 넣어주기도 했다), <죽음>은 조동익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편곡과 사운드를 가진 노래였다. 윤영배도, 조동익도 모두 훌륭했다. 윤영배는 [바람의 소리]에서 <키 큰 나무>를 불렀던 것처럼 [좀 웃긴]에서는 <소나무 숲>을 불렀다. 둘 다 나무를 소재로 한 우화였다. 윤영배가 곧 나무와 같은 사람이었고, 그가 부르는 노래들은 나무와 닮아있었다.










The Weeknd [Trilogy] (2012)

2012년 팝계를 대표할 만한 흐름은 단연 'PBR&B'일 것이다. PBR&B는 맥주 브랜드인 'Pabst Blue Ribbon'과 R&B를 조합한 신조어이고, 'Pabst Blue Ribbon'는 미국의 힙스터들이 즐겨 마시는 맥주라고 한다. 그러니까 PBR&B는 새로운 세대가 듣는 R&B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PBR&B는 기존의 R&B와 비교해 좀 더 감성적이고 몽환적이며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다른 장르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위켄드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미구엘(Miguel)과 함께 PBR&B를 대표하는 음악가가 됐다. 이들의 앨범은 이미 각종 음악 매체의 연말 결산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그 가운데 위켄드의 [Trilogy]는 그동안 위켄드가 발표했던 3장의 믹스테이프, 즉 [House Of Balloons], [Thursday], [Echoes Of Silence]를 묶어 새롭게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거친 뒤에 정식으로 발표한 앨범이다. 석 장의 디스크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좀 더 향상된 사운드로 위켄드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PBR&B라는 특징에 맞게 몽황적이고 우울하며 감성적이다. 또한 트립합이나 덥스텝 같은 장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여기에 순간순간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연상시키는 위켄드의 목소리는 R&B의 과거의 미래를 이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만한 감성, 이만한 목소리, 이만한 악곡을 함께 만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월간잉여 11호(창간 1주년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