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논단 2013.10.01 23:03

[안철수 첫 현안질의 기념] 안철수는 국회잉여 안될랑가몰라 (조윤호)

안철수, 그가 돌아왔다.


오세훈의 셀프 탄핵으로 갑자기 정치권에 등장했다 한국 정치에 태풍을 일으켰던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제 후보가 아니라 ‘의원’이다.  4.24 보궐선거에 승리한 의원 안철수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잉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잉여라니,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지율로 박근혜를 눌렀던 대권주자 안철수가 잉여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안철수가 제도권 정치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장외 무대에서 활약할 때 그는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제도권 정치를 상대로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안철수 현상’이 두려워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안철수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장외 플레이어로 누리던 지위는 사라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안철수 의원에 대해 “국회에 들어오면 N분의 1”이라고 말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안철수는 박근혜의 대항마가 되기 전에 일단 300명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사실 국회의원은 300명이지만 일반 사람들까지 그 이름을 기억하는 국회의원은 별로 없다. 정당 이름은 알아도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고, 존재감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7년 대선 때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싫어하던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문국현 후보도 국회의원으로 데뷔했으나 잠깐 모습을 보이더니 존재감을 상실하고 어느 새 사라져버렸다. 잉여가 된 것이다. 안철수가 제2의 문국현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꼭 문국현에 비유하지 않더라도 의석 1석으로 의회에서 활동하기가 얼마나 힘들까. 송호창 의원도 안철수 파로 분류되니 2석이라 치자.





안철수 ♥ 송호창 ⓒ 뉴시스




1~2석의 의석을 가지고 활동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진보정당 의원들은 잘 알고 있다.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등 소위 비주류 진보정당들은 지방의회나 국회에서 의석수 1석을 가지고 고군분투한 경험이 있다. 물론 뛰어난 능력으로 ‘혼자서도 잘해요’하는 훌륭한 의원들도 있지만, 의회민주주의에서는 다수결이 기본 원칙인지라 아무래도 활동에 제약이 많다.

일단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려고 해도 10명의 동지가 필요하다. 인맥 동원하고 어떻게 의원들 설득해서 10명을 끌어 모은다고 해도 ‘원내교섭단체’가 문제다. 한국 국회는 ‘원내교섭단체’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내교섭단체란 국회법 제33조에 따라 보장된 기구인데, 국회에서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협의하기 위해 20인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단체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사안에 대해 300명이 서로 협의하는 건 너무 힘드니까 같은 입장을 가진 의원들을 모아두고, 그 모임끼리의 협의를 통해 의정활동을 하는 시스템이다. 안철수가 19명의 동지를 끌어 모으지 못하면 잉여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짱짱맨과  쩌리짱의 갈림길
거기다 안철수는 무소속이다.
정치인에게 ‘소속정당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길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진보정당 정치인은 비록 의석수는 없어도 소속정당이 있기 때문에 더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 이해하면 정당을 통해 자신이 발의할 법안을 일반 국민들과 주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른 의원들을 설득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도 있다. 안철수에겐 정당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하기 힘들다. 앞에서 설명한 원내교섭단체만 해도 정당이 있으면 같은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교섭단체를 꾸리거나(20인 이상의 의원을 보유한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소수정당의 국회의원들끼리 힘을 합칠 수도 있는데 안철수에겐 그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안철수 입장에서) 비관적인 전망이다. 전학생이 적응을 못해 잉여나 아싸(아웃사이더)가 될 수도 있지만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줄 경우 친구가 없었던 아이들이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은 아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참고로 본인은 전자였다… 아무튼 안철수가 300분의 1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무언가를 보여줄 경우,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감추고 기존 정치권에 순응해 살던 정치인들이 “아, 맞아! 나도 저러던 때가 있었지! 추억 돋네”라며 그에게 다가올 수도 있고 기존 정당에서 비주류로 살아가던 이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 접근할 수도 있다.





JTBC <썰전>





결국 안철수가 잉여가 되느냐 마느냐는 안철수에게 달려 있다. 전학생이 전학 오자마자 “이 학교 짱이 누구야”라고 물으면서 짱이랑 한 판 붙는 거다. 짱을 때려눕히면 그 길로 모든 아이들의 관심을 끌면서 일약 스타가 되는 거고, 짱한테 지면 둘 중 하나다. 짱과 박빙의 승부를 펼쳐 “네 제법인데?”라는 평가를 받으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반면 민망할 정도로 계속 두들겨 맞다 끝나면 ‘짱에게 도전한 무모한 놈’으로 아이들에게 회자되다 금방 기억 속에 사라진다.

결국 안철수도 “이 학교 짱이 누구야”라고 외치지 않을까. 신당을 만들어 새누리당, 민주당과 승부를 보던 민주당 안에 들어가 민주당 내 주류세력과 승부를 보던 방식은 똑같다. 그가 언제 승부를 걸지, 그가 짱을 때려눕힐지 아쉽게 패할지 탈탈 털릴지 그것만 남았을 뿐이다. 안철수의 맞짱을 지켜보자. 








(격)월간잉여 13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