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4.11.27 15:03

연서복 특집: 연서복 연대기下 (연서사)

- http://monthlyingyeo.com/280에서 계속...



1. 친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즐겁게 술을 마시며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한다.
2. 조용하고 외진 곳으로 산책을 가서 이야기를 나누며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한다.
3. 번호를 딴다.

1번을 선택했다면 업바는 시건방지고 시크한 캐릭터를 유지하며 업바가 스스로 세운 철칙을 깨지 않고 대학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었을까. 2번을 선택했다면 초여름의 싱그러움과 함께 시작된 연애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업바는 번호를 땃당ㅋ; 번호를 따지 않았다면 연서복도 될 수 없었겠지? 그렇게 썸을 타기 시작한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은 건 혜경의 반수 선언이었어. 수능 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서로의 호감은 유지하되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연락은 안부 정도만 묻는 것으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켰다면 업바가 연서복이 될 수 있었겠닝 ㅎ 알코올만 들어갔다 하면 저지르는 "보고십당ㅎ", "반수않하면않되?ㅠ" 등의 싸구려 레퍼토리 카톡 발신은 결국 혜경이의 반수를 망하게 만들었어. 눈치코치도 없이, 뜬금도 없이 "너 아직두 나 조아하닝ㅋ(애긔들 오해할까봐 얘기하는 건데, 업바는 실생활에서 마춤뻡을 잘 지킨단다. 마춤뻡 배우는 과를 나와서)"이라고 물어오는 나에게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단호박을 만들어 버렸지, 내가. 그 해 여름부터 11월까지 우리 둘 사이에 오간 대화와 감정에 대해서 설명이 더 필요한 것 같지만, 드러내기가 정말 힘들구나. 어쨌든 몇 몇 대화와 자격지심이 업바를 비뚤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명심해, 실수는 연서복의 어머니고 자격지심은 연서복의 아버지라는 걸.
 
업바 이 글 쓰는 거 넘우 힘들다ㅠ



다윤
돌이켜보면 민정은 업바의 자신감을 앗아갔고, 혜경은 업바의 자존감을 앗아갔어. 그녀들과 상황들이 그럴 의도로 행동하고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이미 연서복이 된 업바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 2년 간 벌어진 두 번의 썸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어.

업바는 어느 새 나이도 많이 쌓여서 이제는 학회실의 화석 같은 존재가 되어, 예비역들과의 저질 농담 따먹기를 산소호흡기 삼아 학교생활을 연명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단다.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졌는데 자신의 비뚤어짐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는 꼰대 선배에 가깝지 않았나 해^^ 학교마다, 과마다 그런 선배들 한 둘 씩 있지 않았니? 아님말궁ㅎ
 









여기서 업바가 연서복의 비밀 하나를 말해줄까? 대다수 ‘완성형 연서복’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며 뻐꾸기를 날리지 않아. 앞에서 말했듯 실수가 그들을 만들었고, 자격지심이 그들을 키웠지. 본의 아니게 단련된 멘탈은 어중간한 저항에는 스크래치도 나지 않는단다. 연서복들은 언제나 뻐꾸기라는 이름의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지만 이내 그 바위는 밑으로 굴러 떨어져. 우리, 아니 연서복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지. 발걸음을 돌리기 전 언덕 정상에서 "넝담~ㅎ"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말야.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화석이었던 업바가 신입생이었던 다윤에게 카톡을 보내 "시간 언제되?ㅋ밥머글레~", "업바랑 갗이 건축학게론 보러가까?ㅎㅎ(건축학개론 보러 가자고 한 다섯 번 정도 조름)", "바버야 논문쓰는거 업바가 갈켜준다니깐ㅋㅋ언재날잡구 학회실에서 쫌배우쟈~ 업바가 쩜 피곤해두시간내께ㅡ.,ㅡ" 따위의 추파를 던졌던 것, 다윤의 미지근한 대응, '이 아이가 나에 대한 호감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끝까지 찌질하게 물고 늘어졌던 나의 행적과 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성질의 사건들이 아니었어. 완성형 연서복이 성숙한 자제력이라는 걸 가졌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조케따….^^
 
다윤에게 호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냐. 그러나 앞의 둘과의 차이점이라면 그 호감이 절실함과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랄까. 연서복에게는 손에 막대를 쥐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그 막대에 찔릴 감이 떫은지 떫지 않은지는 중요한 게 아니거든. 업바 쩜 나뿐가;ㅋ 아무튼 다른 과의 이성과 썸을 타는 것과 같은 과의 이성(그것도 나이 차이만 6년이 나는 신입생)과 썸을 타는 것은 우리 과의 학우들에게도 뭔가 다른 의미로 다가왔나 봐. 사실 후자의 경우에서 썸이라고 인식한 사람도 거의 없었지. 친하게 지냈던 후배들도 술자리에서 대놓고 "오빠 병신된 듯ㅋ 원래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라며 성토가 이어졌고, 동기들마저 이 광기 어린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려고 여러 차례 쏘아 붙였으니까. 숱한 난처함과 뒷이야기들을 남긴 연서복 생활의 종결은 결국 졸업과 함께 찾아오게 되었단다. 그리고 졸업식 때 어떤 여자후배도 나와 사진을 찍지 않았어.


 
연서복을 지나서
지나고 보면 왜 그랬나 싶기도 해서 화도 나고, 연서복 시절을 겪은 후 망가진 자존감 때문에 도리어 계획적인 연애 작업이 망설여지기도 해.  연서복 시절을 생각하면 이불을 차거나 핸들을 때리기도 할 정도로 민망하고 아찔해져. 과거로 돌아간다면 연서복의 불씨가 타오르던 그 때의 그 카페로 가고 싶다. 그래도 업바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겠지만 말야. 옛말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거든.
 





옛 일을 생각만 하면...





업바는 세상의 모든 연서복들을 변호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지 않았어. 연서복을 동정할 필요도 없어. 자기가 연서복인걸 아는 연서복은 극히 드물고, 자신이 연서복이 되는 것도 막을 수 없거든. 평생 연서복인채로 사는 연서복도 없지만 누구나 한 번은 연서복이 되고는 해.
 
애긔들 단호박 되길바레..ㅋ 연서복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은 적절한 단호함의 표출뿐이야. 교정 따위는 기대하지 말고. 어차피 대다수는 언젠가는(죽기 전 까지는) 연서복 티를 벗을 테니.
 
아,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민정과 혜경, 다윤과 페북 친구도 맺고 서로 좋아요도 눌러주며 지내. 걔네한테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카톡이나 보내야게따… ^^ 이런 업바라도 괜찮다면 잉집장한테 업바 열락처 갠적으루 물어보길ㅎ 너내두 업바랑 밥 한 번 먹쟈~ㅋㅋ 



연서사: 이제 졸업한지도 꽤 되어가는, 이제는 연서복이 되려야 될 수 없는 신세의 사회인.
동물 사료를 팔고 있다.  munaeng@gmail.com로 메일 보낼 애긔들은 프로필 사진도 같이 보내주렴 ( ͡°͜ʖ͡°)






(격)월간잉여 16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