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터뷰 2015.05.30 23:57

두 여자의 노들섬 서식기


정몽준 전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공보물에 "4만여 평 노들섬을 텃밭으로 놀린 것은 심한 것 아닌가요? 노들섬에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하지 않은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그런데 3년간 텃밭은 심한 것입니다. 이곳에 시민들이 즐기는 문화 여가시설을 건립하겠습니다."라고 써 있었다. 빡쳤다. 텃밭도 '문화 여가시설' 아닌가? 꼭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세금 들여서 건축하고 세운 뒤, 시민들의 돈을 쓰게 만들어야 문화 여가시설인가? 그런 식의 보여주기식 행정, 토건 행정으로 삶이 나아지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에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노들섬을 계속해서 '놀리기를' 바랐다.

노들섬을 놀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또 있다. 23세 여성 송모 씨와 이십대 후반 여성 정모 씨다. 이들은 2014년 5월 마지막 주 실험적으로 노들섬에서 34일간 거주했다. 지금은 노들 '거주'는 끝났지만 페이스북에서 '노들주민' 계정(facebook.com/nodeulresident)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 잉터뷰는 노들주민이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인터뷰와 페이스북 메시지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진행 정리 잉집장

 








노들섬에서 거주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여?

나의 꿈은 소농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땅이 나에게는 없다. 나는 부모로부터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은 1,500여만원의 빚(학자금대출금)밖에 없다. 학력은 2년제 전문대, 밥벌이에 도움도 되지 않는 쓸모없는 전공. 내가 보는 구직사이트는 사람인도 아니고 알바몬이다. 아직까지 나의 1시간은 5210원이다(2014년 기준). 아무리 일해도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일찍 깨달았다. 농사지을 땅이라도 있으려면 기초적인 자산이 필요할텐데, 언제 빚을 갚고 또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할지 막막하다.

지금 나는 부모집에 기생하고 있다. 그나마 부모에게 빌붙어 살기 때문에 지금은 저임금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 날 노들섬에 가보니 그곳에서 직접 집을 짓고 농사를 짓는 아저씨가 계시더라. 남들이 보기엔 노숙일지 몰라도 내 눈에는 그가 완전한 자립인간의 전형으로 보였다. 심지어 그는 땅을 사지 않고도 그 땅에 거주 하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땅과 집을 사기위해서 그렇게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노들섬과 같은 도시의 빈틈에서 사는 방법이 있는 것이었다. 노들섬엔 농사지을 땅과 숨어 살 공간이 있다. 물론 편리함, 안락함 등 어느 부분을 포기한다면 그렇다. 완전하진 않더라도 나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노들섬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기준으로 인생의 시간을 말하자면 나는 느린 인생을 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뒤쳐지고 있다고나 할까. 두어 번의 직장생활 후 직업이라는 의미를 찾기 위해 백수가 되었다. 하지만 삶의 다양한 가치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실에서는 돈이라는 것이 이미 어떤 선택을 하던지 큰 판단의 기준이 되어 있더라. 그런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나는 틀림없는 루저이다. 즐거움과 자부심으로 일하고 소박하게 맛있는 것 먹고 맥주 마시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예술이나 논하는 힙스터가 되고 싶었는데 점점 무기력증에 빠졌다. 그 갈증을 물질적, 감정적 소비로 해결하려고 했으니 더욱 갈증이 느껴졌고, 남의 욕망을 내 욕망인 것처럼 좇아야 할 것 같다는 불안함이 가끔씩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런 생각이 들던 차에 노들섬이라는 곳을 알게 됐다. 분명 서울인데 도시의 삶과는 전혀 다른 것이 펼쳐져 있는 이 공간에 대해 큰 매력을 느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있고, 자연 그대로의 숲이 있다. 그 노들섬에서 살아보는 것은 의미 있고 행복한 방식으로 나의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자존감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내적 자립감 확립의 기회랄까.

 

노들섬에서의 생활이 궁금해여.

버너로 밥을 해먹고 아무데서나 똥 싸고 나뭇잎으로 닦았다.

일단 먹는 것? 화장실 쓰는 것도 그랬고, ‘이 추천해준 나뭇잎도 잘 썼다. 나도 화장 지나 이런 것들은 최대한 안 쓰고 싶었다.

그리고 소비를 못했다. 내가 시골에 한 열흘 있다가 도시에 도착하고 나서 처음 했던 말은 , 숨 못 쉬겠어였다. 그만큼 공기가 너무 안 좋았다. 그리고 그 다음 길을 걷는데, 그냥 길을 걷기만 해도 거리에서 소비의 유혹이 넘쳐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게 굉장히 기이할 정도여서, 그냥 길을 걷기만 해도 힘들었다. 노들섬에 있을 땐 그런 소비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서 편했던 것도 있다.

 

거주기간(34)이 짧은 편 같아여.

힘들었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었다. 밖에서 지내면서 예민해진 상태니깐 오히려 더 서로 간에 거리를 유지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지 오늘 뭐했는지 곱씹고 이럴 텐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

정리가 하나도 안 된 상태에서 가니깐 뭘 더 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냥 시간만 갔던 거 같다. 오히려 그래서 자꾸 무기력해진 거 같다. 그때 우리 밭에 갔다가 오면 거의 누워있었지 않나. 몸이 힘든 것도 힘든 건데, 그게 무기력해진 것 때문인 것 같다.

생활기간이 짧으니깐 외부에서 사람이 오거나 먹을 게 오면 제한을 하고 우리끼리의 룰을 만들었어야 됐는데 그게 안돼서 캠핑처럼 돼버린 것 같아 아쉽다. 거주는 멈췄지만 노들섬에서의 농사는 계속되고 있다. 농작물을 늘장이나 동진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에서 노들주민으로 활동했는데.

우리가 하는 활동을 알리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은 무작위적으로 여러 사람들한테 관심을 끌거나 한번 보여주기 쉽다. 문제는 반응이 깊이가 없고 빨리 증발된다는 것이다. 이제 페이스북 말고 다른 매체를 찾아야 할 것 같다.

페이스북을 통한 흥미 유발의 의미는 크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계속 운영이 되어야하고, 개인 용도의 블로그도 만들 생각이다. 나도 나름대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페이스북 사진들을 보면 거의 다 가면을 쓰고 있어여.

노들주민이 우리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노들주민을 내가 대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냥 한번 노들섬에서 살아보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면을 쓰고 하니까 우리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생겼던 것 같다. 하지만 가면을 쓴 것에 대한 호기심에 멈췄다. 우리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적었던 것 같다.

나는 실명과 얼굴을 가렸기에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얼굴이 너무 무난하게 생겼다. 우리 얼굴로 했으면 이미지에 임팩트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노들섬에 바라는 것이 있나여?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이라는 기준 자체를 전환해야 될 것 같다. 조한 교수가 쓴 책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휴양지든 텃밭이든 인간이 어떻게 쓸 것이냐에 기준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지금 텃밭도 안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예 노들섬을 내버려 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공간도 서울에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노들섬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거나 할 만한 것은 없다. 다만 노들섬이 이대로 쭉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텃밭은 텃밭 나름대로 유지 됐으면 한다. 서울에 농사지을 땅이 별로 없기도 하고, 농사지을 땅 중에 햇빛이 그렇게 많이 들어오고 넓은 공간이 노들섬 텃밭만한 곳이 없다.

우리가 거주했던 야생숲을 지금은 막아놨는데 앞으로는 개방시키고 무슨 산책로를 만든다고 한다. 돈지랄이다. 뭔가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마인드를 바꿨으면 좋겠다. 야생숲을 개방하는 것은 좋은데, 엄청 잘 정비하든지 하는 것은 안했으면 좋겠다.

전에 어디 수목원을 갔었는데, 보자마자 너무 정제되어 있고 다 어디서 갖고 와서 심은 것이었나. 식물마다 이름이 붙어져 있고 하는 게 마치 백화점에 온 것 같았다.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월간잉여>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여?

잉여로운 월간잉여 독자 분들 안녕하세요? ()는 노들주민입니다. 2014523. 결코 중산층이 될 수 없을, 결코 집을 살 수 없을 저()는 도시의 빈틈인 노들섬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자발적인 선택인 동시에 강요된 선택이었습니다. ()는 묻고 싶었습니다. 왜 아무리 일해도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는 것입니까? 이 사회에서 가치 있는 노동이란 정말 존재합니까? 보통의 삶은 어떤 것입니까? 집들이 이렇게나 많이 널려있는데, 내 집은 어디에 있습니까? 집주인과 땅주인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까?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은 누구의 소유입니까? 땅을 포함한 자원을 소유할 권리는 누구로부터 나오는 것입니까?

()는 노들섬에서 또 다시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개발과 인간의 탐욕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노들섬에서 스스로 생산하거나, 교환과 호혜로 얻은 것으로만 생활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노들주민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 인생의 무엇을 보장해 줄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면 노들주민이 되어보세요.





(격)월간잉여 16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