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포츠 2011.11.11 23:19

[11월호] 이것은 설레발: 슈스케4도 기대되는 이유

 

  육지에서 가장 큰 동물 코끼리. 바다에서 가장 큰 동물 고래.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렸을 때 심오하게 고민하던 문제다. 사실 크다는 것 말고는 교집합이 없기에 비교나 대결의 대상이 아니었건만, 자라서 한 명의 잉여가 될 어린 아이의 사고는 단순했다.


 

▲그런데_그것이_실제로_일어났습니다.jpg(카피롸잇 이말년)


  <슈퍼스타K>에서는 동심의 대결이 펼쳐진다. '밴드'와 '종합 퍼포먼스 그룹'이 한 판 붙는다. 어른의 상식으로 보기엔 체계가 없는 대결이다. 보컬끼리 대결할 경우 공통의 기준으로 평가 받기 수월하다. 누가 더 가창력이 좋았는가, 누가 더 호소력 있는 노래를 했는가 등이 그것이다. 밴드끼리 붙었을 때는 편곡력과 합주력 등이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울랄라 세션과 버스커버스커에겐 ‘공통의 기준’이라는 게 애매합니다잉. 그래서 애정남 대신 잉집장이 정해드립니다잉.


  결국 '누가 더 많은 관객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감흥을 줬는지'라는, 굉장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과 잣대로 그들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정확하고 구체적이고 공정한 기준이라는 것은 이런 대결에서 나오기 힘들다. 체계적이지 않고 느슨하다. 그리고 이런 느슨함은 <슈퍼스타K>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사실 <슈퍼스타K>는 슈퍼위크 때, 어떤 팀은 전원 합격 시켰던 반면 또 다른 팀은 꼭 한 참가자를 떨어뜨려야 한다며 뚜렷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탈락시키는 등 체계없는 행동을 해 많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사람을 제작진이나 심사위원이 보기에 매력이 없으면 탈락시켜버리는 것 역시 체계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느슨함은 또한 매력과 패기를 가진 참가자가 그만큼 뜻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것은 <위대한 탄생>의 멘토링 시스템 하에서는, 거대 기획사가 주관하는 미래의 아이돌을 뽑은 오디션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슈퍼스타K> 참가자들은 멘토에 입김에 좌지우지하는 멘티도, 기획사에 연습생이 되고자 하는 이들도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무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이미 자기 나름대로 벼린 칼을 지니고 쇼에 참여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편곡과 무대연출 등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편곡과 무대연출에도 참여한 참가자들의 신선한 공연은 시청자들에게 ‘쾌’를 제공해왔다. 울랄라 세션이 기획한 ‘미인’무대는 많은 이들을 전율케 했다. 크리스티나가 TOP4까지 올랐던 것도 ‘개똥벌레’를 새롭게 리메이크한 무대로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버스커버스커의 인기 광풍 중 주요 원인은 그들의 편곡실력이다. 그리고 지금, 자기무대를 프로듀싱하는 비중이 다른 참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던 두 팀이 결승전에 올랐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대중들의 기호가 변했다는 것의 방증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로 편곡과 무대연출의 매력을 맛본 이후, 가창력 중심의 관람 문화에서, '얼마나 센세이셔널한지' 또는 '얼마나 흥겨운지'로 기호의 중심축은 옮겨지고 있다.  


   아직까지 <슈퍼스타K>는 센세이셔널하고 흥겨운 무대를 스스로 연출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독보적인 등용문이다. (<TOP밴드> 무시하는 거 아님. <TOP밴드>는 파급력과 영향력이 좀 적은 듯해서 배제함.) <슈퍼스타K3>의 체계가 잡히지 않고 방임하는 듯한 느슨함 속에서 중심을 갖고 자신의 색깔과 내공을 내보인 참가자들이 있었고, 대중의 열광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음악이나 무대연출'만' 잘한다면 승산은 적다. 대중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려면 좀 생기고 성격도 매력적이긴 해야할 듯. <슈퍼스타 K4>에도 그런 아티스트들이 나오리라 믿는다. <슈퍼스타K> 제작진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장점을 알아챘을 것이라 믿는다. <슈퍼스타K4>도 기대되는 이유다.


  이제 결승전이 시작된다. 승패가 분명해 기대감이 0%라고 어떤 기자는 말했지만, 나는 기대감 100%다. 어떤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승자와 패자'가 아니라 '무대의 주인'이다.(아오 이런 표현은 좀 돋네 오글오글) 코끼리도 고래도 좋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