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포츠 2013.01.30 00:31

11월의 잉반(설까치)


제이통 [모히칸과 맨발] (2012)

'서울공화국'의 현실에서 지방은 존재 자체로 '잉여'. 음악계라고 다를 건 없다. 지방에서 이름이 조금 알려진다 싶으면 현실적인 문제로 서울에 올라와 활동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장르 불문이다. 힙합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45RPM(대전)이나 바이러스(Virus, 대구) 같은 팀들이 자신들의 출신지를 강조하거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해도, 계속 고향에 머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제이통(JTong)이 등장했다. 요즘 힙합 씬에서 가장 ''한 래퍼 가운데 하난데, 음악도 음악이지만 일단 똘끼 넘치는 캐릭터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제이통의 등장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지금껏 이 정도로 지역색을 강조한 음악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예 <부산>이란 노래를 만들어 부산에 대한 자부심을 담아냈다. "촌놈들아 까불지 마라, 바다가 한강이랑 같은 줄 아나"라고 말하는 자부심과 배짱은 상징적이었다. 데뷔 EP [부산](2011) 이후 얼마 전 발표한 첫 정식 앨범 [모히칸과 맨발]'쎄다'. 사운드로도 그렇고 메시지로도 그렇다. 앨범 발표 전 심의를 조롱하듯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찌찌뽕>'선빵'이었다면, 다른 곡들은 그 선빵에 이은 후속 공격이다. 아예 노 브레인(No Brain)이나 로다운 30(Lowdown 30) 같은 록 밴드들과 함께한, 뉴 메탈이라고 불러도 좋을 강력한 트랙들이 존재하고, 그 강렬한 사운드 사이로 여전히 부산과 야구와 친구에 대해 노래한다. <개판><사직동 찬가>, <취해 부르는 노래>'부산 사내' 이정훈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제이통의 '애향심'은 무척이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오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Cesaria Evora [Best Of] (1999)

한국의 대통령들 가운데 음악에 가장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었던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일 것이다.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자작곡과 애창곡을 모은 음반 [충정의 길]을 만들어 주변에 선물한 적이 있을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의 유명한 애창곡은 [충정의 길]에도 수록된 <Besame Mucho>. "나에게 키스해주세요"라는 뜻을 갖고 있는 멕시코 노래로 장르의 구별 없이 수많은 음악가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비틀즈(The Beatles),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그리고 노태우.

하지만 이 수많은 음악가들의 버전 가운데 나에게 가장 깊이 남아있는 노래는 세자리아 에보라가 부른 버전이다. 영화 [위대한 유산]에 삽입돼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축구 선수 드록바의 나라 코트디부아르를 '드록국'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세자리아 에보라가 없었다면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르고 지나쳤을 아프리카의 소국 케이프 베르데(Cape Verde)에서 에보라는 나고 자랐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탓에 포르투갈과 아프리카의 문화가 뒤섞여 있는데, 케이프 베르데 고유의 음악인 모르나(morna)도 아프리카의 리듬에 포르투갈의 전통 음악인 파두(fado)가 더해져 만들어진 음악이다. 세자리아 에보라는 '아프리카의 디바'로 불리며 모르나를 세계에 알렸다. 열두 살의 나이에 첫 결혼을 한 뒤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한 그의 고된 인생사가 목소리에 그대로 담겨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새벽 4, 세자리아 에보라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방안에 오래도록 머문다.








※ 월간잉여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