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포츠 2013.02.24 18:03

갑자기 늘어난 잉여시간을 가진 수능잉여를 위한 안내서(김퍼피)

(잉집장 주: 신입생 입학이 일주일밖에 안 남은 시점이지만

혹 지금이라도 참고하실 수 있을까 하여 올려봅니다)




얼렁뚱땅 고 3을 보내고 얼렁뚱땅 수능을 치렀다. 수능의 중요성은 말로는 익히 들었지만, 어쩐지 가슴에 와 닿지 않아서 마치 전쟁을 앞둔 병사의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열중하는 친구들이 퍽 이상하게 느껴졌다. 엉성하게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그렇게 오래전 일도 아닌데 수능에 대한 기억도 감회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도 간접적으로 수험생의 떨리는 마음을 체험해보는 일이 있었다. 올해 초, 대학의 정시 미술 실기 감독 일을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고사장에 들어섰는데 결연한 수험생들이 발산하는 열기에 한 겨울이었는데도 코트를 벗어야 할 정도였다. 자신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표출되길 기대하면서 작품에 골몰하고 있는 까만 머리통의 수험생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치열하게 준비해 온 시간과 열정, 내가 직접 치룬 수능 때는 느끼지 못했던 압박감과 긴장감을 느꼈다. 결국 나는 덜 떨어진 사람처럼 그들의 작품을 덜덜덜 떨면서 걷어야 했다.

한 분단에 한 명씩은 합격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한 고사장의 수험생 28명 중 1~2명만이 합격을 하는 어려운 경쟁이었다. 불합격 통보를 받을 대다수 나머지 수험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곤 불합격 뒤의 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당시 수능을 치룬 나는 (당연하게도) 시험을 망치고,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몸서리치며 방구석에 틀어박혀 방구석 귀신으로 시간을 보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심 끝에 한 쌍꺼풀 수술의 붓기까지 빠지지 않아 에라이 이번 생은 틀렸다. 틀려먹었다!’ 눈물을 흘리며 방 한가운데 핀 곰팡이처럼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을 얻어맞곤 했다. (쌍꺼풀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잠시나마 의느님을 의심한 내 자신을 반성한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는데, 합격 발표 전까지 이것저것 경험이나 실컷 해볼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아마 지금 시름에 잠겨 이 페이지를 읽고 있을 수험생들은 그걸 몰라서 그럼? 뭘 할지 찾아 볼 기분이겠음?’ 이라고 중얼거릴 테지? 안다. 그래서 내가 찾아봤다.


 



<은하수를 여행사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책과 영화 역시 잉여롭다. 추천드림.









 

 

 

1.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

현대카드와 모마, 서울시립미술관의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번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은 아시아 최초이자,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전시이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팀 버튼 전>에서는 팀 버튼의 소장품부터 그의 전설적인 영화들인 <가위손>,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에 관련된 작품들까지 약 700여 점의 전시물들을 한자리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다.

- 20121212() ~ 2013414() 서울시립미술관

매주 월요일 휴관 | ~: 오전 10~ 오후 8| , , 공휴일 : 오전 10~ 오후 7

- 티켓 가격, 예매처 : 추후 슈퍼시리즈 블로그 통해 공개 (http://superseries.kr/)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홈페이지

 



2.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주머니 얇은 잉여 신분으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고전영화를 중심으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다시 주목받아야 할 최근영화 등 다양하고 접하기 힘든 국내외 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한다. 매달 1회 진행되는 기획전에서는 한국영화사를 통해 짚어봐야 할 흥미로운 주제들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 기획되며, 그 외에도 한국영화 강좌, GV 진행도 경험해 볼 수 있다. 해당 영화 상영일 2일 전부터 전화나 인터넷 예약은 불가하며 현장에서 직접 발권해야 한다http://www.koreafilm.or.kr

 

 

 

 

 

 

 

3. 불멸의 화가 반 고흐 : 반 고흐 in 파리

반 고흐 예술을 학술적, 교육적 방법으로 심도있게 조명하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10년이라는 짧은 화가로서의 생애에 예술적 토대를 이룬 가장 중요한 시기로 여겨지는 파리시기(Paris, 1886.3-1888.2)의 유화작품 6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특히, 반 고흐의 자화상 9점을 직접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인기가 많은 작가라 관람객이 많으니 잉여력을 발휘해 평일 오전, 낮 시간에 여유롭게 둘러보면 좋을 듯 하다. 전시설명(도슨트) 시간은 <평일 1030(어린이 대상), 11, 오후 1, 3, 5. 토요일 1030(어린이 대상), 11, 오후 7. 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1030(어린이 대상), 11.> 참고하여 관람시간을 정하자.

-20121108~ 20130324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동절기 오전 10~ 오후 7| 하절기(3~) 오전 10~ 오후 8| 토요일 오전 10~ 오후 9| 휴관일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 요금 : 성인 15,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

- 홈페이지 http://www.vangogh2.com/

 

 

 

 

 

 

 

사진 이탈리아문화원 (이탈리아문화원 홈페이지)

 
 

 

4. 각 나라 문화원의 문화행사 참여

 

세계로 여행을 떠나면 더 좋겠지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닌 우리에겐 문화원이 있다. 각 나라의 문화원은 각종 행사는 물론, 도서관과 어학프로그램, 박물관, 미술관 등 각자의 특색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여러 문화원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놓고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에 참가해보자. 무료로 진행되는 행사가 자주 있으니 확인하도록.

 

주한이탈리아문화http://www.iicseoul.esteri.it/IIC_Seoul/

중남미문화원 http://www.latina.or.kr/

영국문화원 http://www.britishcouncil.org/kr/korea

프랑스문화원 http://www.france.or.kr/

중국문화원 http://www.cccseoul.org

이스탄불문화원 http://www.turkey.or.kr/

 

 


주저리주저리 써놨지만 굳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해외축구와 미드로 밤을 새는 것도 괜찮다. 어느 쪽이든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모두 의미 있는 일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은 수능,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말하지만, 당장 20대 후반인 내가 느끼기엔 재밌게 고 3을 보내고 재밌게 수능을 치면 인생도 (여러 가지 의미로)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나 역시 조금 더 지나 어른들 말처럼 수능 그 까짓 것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 수고 많았고, 논술과 실기를 앞둔 수험생들도 수고가 많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느라 많은 수고를 했다. 누가 나한테 칭찬 좀.










※ 월간잉여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